@오토와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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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에 울려 퍼지는 우리의

    현대 IF

    w. 깡

     

    “나만 그런 건가.”
    “뭘 말입니까?”
    “……막상 이렇게 쉬기만 하는 것도 기분이 좀 그러네.”

    서서히 노을 지기 시작한 피렌체의 산티시마 안눈치아타광장 끄트머리, 앤티크한 철제 테이블이 즐비한 분위기 좋은 야장 카페. 그 사이에 자리 잡고 앉아 있던 오토와는 피곤한 사람처럼 등받이에 푹 기대고는 두 눈을 손가락 마디 끝으로 꾹꾹 눌러대며 말했다. 그의 손에 걸려 죽 밀려 올라간 안경이 달그락, 작은 소리를 냈다.

    “저런. 생애 첫 해외 여행이 생각보다 재미없었나 보죠.”

    그 앞에 앉아 입구가 넓고 낮은 유리잔 안에 든, 피렌체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정통 티라미수를 숟가락으로 살짝 떠낸 슈우가 말했다. ‘저런’이라는 유감을 표하는 말을 쓰긴 했지만, 상대에게 진심으로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은 퍽 건조하고 기계적인 태도였다.

    “아니, 여행은 재밌어. 이건 그런 의미라기 보다는…”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한 번쯤은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껏 놀기만 하고 싶다며 호기롭게 이 먼 땅까지 절 끌고 온 건 오토와 씨였잖습니까.”

    또 혼자서 뭔가 깊은 생각을 하려는 거면 빠르게 관두십쇼. 단호히 덧붙인 슈우는 숟가락을 제 입술 안으로 조심히 밀어 넣었다. 적당히 단 크림의 맛과 적당히 씁쓸한 커피의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음. 소문대로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소문대로 안 먹고 온다면 딱히 후회할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 든 것치고 여전히 느릿한 동작으로 그가 다시금 티라미수를 떠먹는 동안에도 오토와는 아까의 자세를 쭉 유지하며 그저 낮게 침음하기만 했다. 그래, 그랬었지. 그랬는데….

    며칠 전, 오토와가 다니는 병원이 그간 미루고 미뤄왔던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할 거란 공지를 띄우게 되면서 일주일간 반 강제적 백수가 될 예정이었던 오토와는 슈우와 이탈리아 피렌체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에 하등 관심 없었으면서 갑자기 해외여행을 떠나고자 한 것도, 하필 이탈리아 피렌체였던 것도 이유는 제법 간단했다. 밥을 먹고 있던 도중, 텔레비전 화면에 나온 여행 프로그램 속 사람들의 행복해 죽겠다는 미소가 그의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현실은 너무 힘든데, 여행에 오면 그런 걸 잊을 수 있어서 좋아요.’
    ‘여행은 모든 걸 내려놓고 온전히 나만을 위하며 살아가는 즐거운 시간이죠!’
    ‘너무 아름다워서 피렌체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유럽 여행은 제 오랜 꿈이었어요. 늦은 나이지만, 결국 이뤄냈고 저는 너무 행복해요. 모두 꿈을 포기하지 말아요. 붙잡고 있는다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지니까요.’


    하나같이 좋은 말만 하고,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오토와는 문득 궁금해졌다. 생각해 보면 나는 저렇게까지 얼굴 근육이 당겨질 정도로 웃어본 적이 살면서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서. 정말 그럴 수 있는 건가? 단순히 모든 걸 놓고 멀리 떠난다는 것 하나로. 이미 난 모든 걸 놓긴 늦은 데다, 모든 걸 놓는 게 답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이미 겪어본 입장에선 그게 이해가 잘 안 가서.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나도 앞으로 조금은……
    오토와는 그 길로 피렌체행 비행기 편을 알아보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마침 오토와는 최근 병원이 심각하게 바빴던 탓에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전부 지친 상태이기도 했었기에. 뭐, 안 그런 날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지만 아무튼. 무언가를 시도하기엔 아주 적절한 시기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날. 예정되어 있던 슈우와의 버스킹 장소에 도착한 오토와는 기타를 꺼내다 말고 그에게 대뜸 물었다. 같이 해외여행 갈래? 그 갑작스러운 제안에 상대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답도 아니고 질문도 아닌 것을 넌지시 읊조렸다. 요즘 일이 그렇게 힘든가. 그도 여행이란 게 삶이 힘들 때, 힐링의 용도로 가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행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활동으로 자신도 치유받았던 경험이 있었으니. 그에 오토와는 솔직히 말하기가 뭐해져 대충 얼버무렸다. 뭐어… 살면서 한 번쯤은… 일만 했으니, 일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것도 중요하고… 이내 의료직 종사자다운 정론이 쏟아지자, 슈우는 듣는 둥 마는 둥 제 악기를 꺼내며 본인은 딱히 상관없다고 답했다. 그거 같이 간다는 거지? 네에.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가드리죠. 언제나처럼의 오만한 태도는 거슬렸지만, 그래도 같이 가준다는 이야기에 오토와는 내심 기쁜 마음이 들었던 것도 같다. 이런 것까지도 이젠 함께해주는구나.
    그렇게 갑자기 정해진, 즉흥적이라면 즉흥적인 여행이었대도 6박 7일 중 현 3일 차까지의 일정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크게 관심은 없지만, 유명하다는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일도. 신앙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유명한 대성당을 구경하는 일도. 현지인에게는 그저 동네일 뿐인 광장을 걷기만 하는 일도. 그래도 여행을 왔으니 세 끼 꼬박 챙겨가며 맛있는 것들을 애써 찾아 먹는 일도. 그냥 숙소에 앉아 똑같으면서도 다른 하늘에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솔직히 즐겁지 않은 것은 없었다. 그러니 여행이 재미있다는 것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내내 두 눈을 누르고 있던 손을 치우고 주변을 둘러보던 오토와의 시야에 여러 사람이 가득 들어온다. 지역 주민들인지 관광객인지 모를 외국인들과 그 사이에 딱 봐도 관광객 같아 보이는 사람들. 친구 단위, 커플 단위, 가족 단위, 단체. 참 많은 사람이 이 완벽한 관광지를 돌아다닌다. 역시나 과반수가 웃는 얼굴이고….
    그런데 나는 뭐가 문제라서 그들 사이에 편히 속하지 못하고 이런 생각을 하며 얼굴을 구기게 되는 걸까. 
    안 하던 짓은 하는 게 아니라더니  오토와의 경우가 딱 그 짝 같았다. 남들을 따라 해보고는 있지만, 왜인지 남들처럼 내 안의 무언가가 완벽히 채워지는 느낌까지는 들지가 않았다. 즐거운 순간에도 불쑥불쑥 제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게 문제인가?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못난 생각들이, 내가 정말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자꾸만 아른거리는 게. 역시 그게 문제인가? 하… 마음대로 쉬지도 못하는 몸뚱이라니. 진짜 최악이네.

    “계속 그러고 있을 예정이라면 지금이라도 그냥 맘 편히 돌아가죠.”

    다시금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싸며 한숨을 푹푹 쉬어대는 이에게 덤덤한 일침이 날아들었다. 손 틈을 천천히 열어 확인한 상대는 반쯤 사라진 티라미수를 내버려두고는—아마 그게 다 먹은 거겠지—팔짱을 단단히 낀 채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행히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기껏 여행 가자고 데려와 놓고 이런 모호한 태도를 보여서 화가 났나 싶었는데 그건 딱히 아닌 것 같았다.
    스르륵, 손을 내린 오토와는 내내 테이블 위에 방치되어 있던 제 숟가락을 들어 남겨진 티라미수를 뒤늦게 한 입 떠먹었다. 그의 말대로 돌아가자고 하는 게 맞는지, 그냥 더 있자고 하는 게 맞는지, 저 스스로도 자신이 원하는 걸 잘 모르겠는 탓에 일단 대답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맛있긴 하네…. 슈우는 끝까지 의중을 알 수 없는 얼굴로 그런 오토와를 잠시 바라보다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는 너는.”
    “?”

    한 타이밍 늦게 던져진 질문에 슈우의 시선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오토와는 여전히 티라미수에 시선을 둔 채 제 질문에 좀 더 살을 붙였다.

    “그러는 너는 그냥 돌아가도 괜찮은 거야?”

    혹 이 여행이 재미가 없어서. 저와 같은 의미든 아니든 어쨌든… 이 여행에서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해 이때다 싶어 저를 앞세워 돌아가자고 권유하는 건 아닐지. 오토와는 묻고 싶었다. 사실은 여행 내내. 그에게서 즐겁다는 뉘앙스나 표정은 한 번도 보지 못해서. 남들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그럴 녀석이 아니란 걸 알긴 하지만, 그래도 저 혼자만 즐긴 건 아니길 바라기에. 슈우와 제법 비슷했던 덤덤한 말투 속에는 그만의 조심스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의 질문에 슈우는 잠시 고민하듯 고개를 아주 살짝 기울이더니 이내 저 또한 숟가락을 들었다. 티라미수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가지고 노는 용도로 손가락을 이리저리 놀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기 전에도 말했듯 저는 뭐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잠시 뜸을 들이는 그의 태도에, 그 긴장감에 오토와의 손짓도 잠시 멈추었다.

    “오토와 씨가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면 저도 그쪽에 힘을 실어줄 의향은 있습니다.”

    애매하고 모호한 답이었다. …아니, 사실은 그렇게까지 이곳에 붙어있고 싶은 건 아니라는 말이란 걸 안다. 저건 그걸 티 나지 않게 돌리고 돌려서 제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말이지. 좀 무책임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제가 오자고 한 여행이었기에 그런 말조차도 모순이 될 것 같아 오토와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런 거 내뱉어봤자 싸우기만 더해. 여행 가서 싸우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병원 직원들에게서 몇 번 들었던 것 같은데 우리까지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었다.  …그럼, 예약해 둔 숙소의 취소 위약금은 얼마나 되는 거지. 오토와는 애써 현실적인 생각으로 환기하며 남은 티라미수를 꾸역꾸역 입안에 전부 밀어 넣었다. 이제는 별로 맛있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일단 숙소로 돌아가자.”

    입안에 든 것을 겨우 삼켜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오토와가 말했다. 슈우는 순순히 그의 말을 따르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뒤따라 일어났다. 저들이 일어난 자리로 서둘러 다가온 두 아이가 저들의 부모를 불렀다. ‘드디어 자리가 났어요! 빨리요!’ 그 해맑고 신이 난 모습을 보며 좀 더 일찍 일어나줄 걸 그랬나, 의미 없는 생각을 하던 오토와는 이내 앞서 걷기 시작한 슈우의 뒤로 함께 걸었다.
    그 사이 노을은 점점 더 짙어져 하늘이 온통 어여쁜 주황빛으로 가득 물들었다. 길을 걷던 사람들도 하나둘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볼 정도였으나, 두 사람만은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았다.

    숙소로 가는 길에는 넓은 강을 건너는 다리가 하나 있다. 첫날에는 그마저도 왠지 영화의 한 장면 같다며 이곳저곳 사진을 찍어댔는데, 3일 차가 되니 저들에게도 그저 길을 건너는 다리가 된 탓에 그 위를 걸어도 무감했다. 물론, 주변엔 여전히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기념을 남기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군데군데 가판대를 놓고 물품을 파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역시 관광지다운 행보다. 흔한 액세서리, 손수 바느질한 손수건, 피렌체의 관광지를 직접 찍어 만들었다는 기념품들… 어. 저 멀리 보이는 익숙한 무언가에 걸음을 멈춘 순간, 조금 앞에서 이미 멈춰있던 슈우의 모습도 함께 보였다. 그의 시선 역시나 저와 같은 곳에 머물고 있었다.

    “악기네.”
    “그러게요.”

    빠르게 다가가 슈우에게 말을 걸자, 그도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비슷한 모양새의 통기타, 그 옆의 우쿨렐레, 또 옆에는 피아노와 여러 종류의 관악기들이 양탄자를 깐 바닥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죽 늘어져 있었다. 이런 길바닥에서 악기를 파는 사람도 있다니. 그 악기들을 천천히 훑던 눈이 자연스레 주인을 찾다, 가장 앞에 놓인 나무 팻말에 꽂혔다. 모국의 언어가 아닌 영어로 삐뚤빼뚤 빼곡히도 적힌 글자는 ‘저는 연주할 줄 모르는 악기상입니다. 나의 악기들이 아름다운 선율을 내뱉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와서 직접 연주해 보세요. 그리고 구매해 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적혀있는 것 같았다. 흐음.

    “….”
    “….”

    팻말을 다 읽고 고개를 든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짠 것처럼 허공에서 마주쳤다. 읽었어? 읽었죠. 그러고는 잠시 정적이 일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탄자 위로 발을 디뎌 각자의 악기를 집고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이 또한 짠 것 같았던 움직임에 눈을 마주한 두 사람이 결국엔 살풋, 미소를 지었다. 자석에 이끌리기라도 한 것 같은 몸짓이었어요. 너도였거든. 디링— 이어서 익숙하게 기타를 조율해 가던 오토와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뭔가 되게 오랜만에 잡는 기분이네.

    “뭐… 실제로 3일 만에 잡는 거긴 하죠.”

    평소에는 하루에 한 번씩 꼭 잡던 악기였지만, 이번엔 여행을 오기 전에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오로지 여행에만 집중하자는 오토와의 말에 저들의 악기까지도 전부 두고 왔던 탓이었다. 아무래도 그런 사람들에게 3일이란 기간은 꽤나 길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은 3일 만에 잡은 악기에 조금 신이 난 듯 이리저리 음을 짚어가며 연주를 위한 준비를 빠르게 해나갔다.
    그 소리를 듣고 버스킹을 하는 건지 궁금한 사람들이 조금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조율을 마쳐갔다. 저들에겐 그게 익숙한 풍경이기 때문이었다. 낯선 나라에서 이런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신기한 일이다. 이게 다 음악 덕분이었다.
    아, 그래.
    오토와는 드디어 알 것도 같았다. 그간 어떻게 해서도 채워지지 않았던 마음속의 아주 작은 공허가 무엇 때문이었는지.
    천천히 돌아간 고개가 자연스레 제 옆에 있는 이를 바라본다. 피아노 앞에 앉은 슈우는 미술관에 있었을 때보다, 대성당에 있었을 때보다, 광장에 있었을 때보다, 그 어떤 맛있는 식당에 있었을 때보다… 훨씬 부드럽고 의욕적이었다. 남들은 크게 달라진 것 없는 표정에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오래 본 오토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역시도 저처럼…
    악기를 쥐고 연주를 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것이다.
    저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눈치챈 슈우 또한 오토와를 바라보았다. 악기에 문제가 있습니까? 오토와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완벽해. 좋네요. 자아, 그럼 이제 무얼 연주할까요. 음… 여행 오기 전에 했던 버스킹에서 마지막에 하지 못했던 그 곡을 하는 게 좋겠어. 아아. 나쁘지 않죠. 이윽고 발로 네 박자를 센 슈우가 피아노 전주로 시작되는 곡을 먼저 연주하기 시작했다. 오토와도 미리 코드를 잡고 작게 심호흡했다. 짧은 전주가 끝나고 피아노 선율 위로 기타 선율이 듣기 좋게 겹친다. 발끝에, 손끝에, 머리끝에 기다렸다는 듯 전율이 죽 흐른다. 여행을 하면서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짜릿함이다.
    오토와는 다시 한번 슈우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슈우 역시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짙은 주황빛 하늘 아래, 두 이방인 뮤지션이 눈을 마주한다.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가끔은 놓는 것보다 오히려 손에 꼭 쥐고 있어야만 더 나아지는 것들도 있다는 걸.
    악기가, 음악이. 우리에겐 그게 너와 나를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기에. 아마 우리는 평생 이것들을 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니…
    이젠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놓지 않을 것이다.
    나를 위해.
    또 너를 위해.

    “슈우. 여기서 우리 새로운 악기를 사자.”

    오토와는 어느새 늘어난 관람객들은 알아듣지 못할 언어와 데시벨로 소곤거렸다.

    “그래서… 그걸 들고 다니면서 좀 더 이곳에 있자. 좀 더 여행해 보자. 난 그러고 싶어.”

    연주에 몰두하고 있었음에도 그를 긴밀히 알아차린 슈우는 여느 때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같은 의견입니다. 다시금 피아노 솔로가 이어지고, 한참 집중하던 슈우는 막바지가 되어갈 즈음 이번엔 제가 먼저 입을 열어 한 번 더 소리를 내었다.

    “어쩌면 남은 여행은 이전보다 즐거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오.”

    함성과 휘파람, 박수 소리 속에서 그를 들어낸 오토와의 입꼬리가 저항 없이 슥, 올라갔다. 그리고 그건, 아마 본인은 잘 몰라도 버스킹 파트너 슈우에겐 익숙할, 그가 보았던 여행 프로그램 속 사람들의 미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행복한 얼굴이었다.

    “응, 당연히 그래야지.”

     

    이방에 울려 퍼지는 우리의 조금 더 단단해진 하모니는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고 또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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